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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C

김현식 - 내 사랑 내 곁에





김현식은 들국화의 전인권과 함께 1980년대를 대표하는 ‘목소리’였다.
들국화가 ‘그것만이 내 세상’을 소리쳐 부르고 있을 때 그는 ‘비처럼 음악처럼’을 부르며 인기를 얻었다.
80년 첫 앨범을 냈을 때 그는 그냥 가능성 있는 보컬리스트였을 뿐이었다.
 
그의 첫 자작곡이었던 ‘당신의 모습’과 ‘떠나가 버렸네’가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두었지만,
김현식이라는 이름 석 자가 대중들 사이에 알려지기 시작한 건
‘사랑했어요’가 다운타운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으면서부터였다.
그 때부터 그는 ‘얼굴 없는 가수’라 칭해지며 언더그라운드의 스타가 되었다.
하지만 ‘사랑했어요’와 ‘어둠 그 별빛’ 등의 노래들이 히트했던 이 두 번째 앨범을
김현식은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스튜디오 세션맨들이 주도해 만든 앨범을
달가워하지 않았던 김현식은 자신만의 밴드를 만들 결심을 했다.


 
 
지금도 왕성히 활동하고 있는 ‘봄여름가을겨울’은 애초 2인조가 아니었다.
김현식은 자신의 밴드를 만들고자 젊은 뮤지션들을 수소문했고,
그렇게 만들어진 밴드가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이었다.
기타 김종진, 베이스 장기호, 키보드 유재하(후에 박성식으로 교체), 드럼 전태관으로
이루어졌던 이 대단한 밴드는 
김현식의 세 번째 앨범을 함께 만들게 된다.



 
비록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이라는 백 밴드의 형태였지만,
앨범의 기획과 제작, 녹음에 이르기까지 이들은 확실한 하나의 밴드였다.
당시 록과 블루스 외에 퓨전 재즈에도 관심이 많았던 김현식은
김종진과 장기호 등의 의견을 많이 배려해주었고,
그럼으로써 앨범은 완전한 밴드의 색깔을 띠고 만들어졌다.


 
 
김현식은 단순히 연주뿐이 아니라 밴드의 멤버들이 함께 곡 작업에도 참여하길 원했고,
그렇게 만들어진 노래들은 앨범의 완성도에 지대한 역할을 하였다.
박성식이 만든 ‘비처럼 음악처럼’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김종진의 ‘쓸쓸한 오후’, 장기호의 ‘그대와 단둘이서’, 유재하의 ‘가리워진 길’ 등은
앨범의 완성도와 함께 다채로움을 부여했다.
 
김현식 역시 ‘빗속의 연가’ ‘눈 내리던 겨울밤’ 등의 뛰어난 노래들을 만들며,
그가 단순히 노래만 잘하는 가수가 아니란 사실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앨범을 가장 빛나게 해주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김현식의 보컬이었다.
이 앨범에서부터 완연하게 거칠어지기 시작한 김현식의 목소리는
‘빗속의 연가’나 ‘비오는 어느 저녁’ 같은 블루스 스타일의 곡들에서 더욱 빛을 발했으며,
‘비처럼 음악처럼’ ‘눈 내리던 겨울밤’에서 보여준 김현식만의 ‘소리 지르기’는
그가 얼마나 훌륭한 보컬리스트였는지를 그대로 증명해주는 것이었다.
 
앨범은 20만장 이상을 판매하는 큰 성공을 거두며
그를 들국화와 함께 언더그라운드 진영의 양대 산맥으로 만들어줬다.
하지만 그의 마약 복용 등 불안정한 생활이 계속되면서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의 전성기는
짧게 끝나버렸고 
밴드 멤버들은 각자 뿔뿔이 흩어진다. (김종진과 전태관은 봄여름가을겨울로,
유재하는 솔로로, 장기호와 박성식은 사랑과 평화를 거쳐 빛과 소금으로 활동하게 된다.)


 
 
이후 그는 모두가 아는 대로 투병 생활과 재기를 반복하다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간경화로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그에겐 ‘가객(歌客)’이란 호칭이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그는 정말 손님처럼 이 세상에 들렀다가 노래를 남겨두고 떠났다.
김현식만큼 가객이란 호칭이 어울리는 가수는 이제껏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이 앨범은 바로 그 가객이 남기고 간 가장 가치 있는 기록이다.






김현식 - 내사랑 내곁에





김현식 - 비처럼 음악처럼 (1986年)





김현식 - 언제나 그대 내곁에 (1988年)





김현식 - 사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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