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TC

木馬와 淑女 - 박인희 그리고 박인환





木馬와 淑女

목마와 숙녀 - 박인환 / 낭송 : 박인희


인제가 낳은 시인 박인환(朴寅煥, 1926~1956)은 1950년대를 극명하게 살다 간 시인입니다.
비록 31세의 짧은 생애를 마치셨지만 온 몸으로 불태운 그의 시혼은 우리들 가슴속에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세월이 가면.." 의 박인환님은 "지금 그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그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님은 지금도 모든 이의 가슴에 사랑받는 명동의 연인으로 영원한 명동 백작으로 남아 있습니다.  
유작시 처럼 "살아 있는 우리들의 푸른 시그널" 되어..... 하늘가에 세월은 오고 또 가는것.....
님이여.. 세월이 가면 오늘을 포근히 추억할수 있는 사랑.. 나 그대에게 그런 사랑으로 오늘을 살고 싶습니다.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生涯)와...
목마(木馬)를 타고 떠난 숙녀(淑女)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그저 방울 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傷心)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숴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少女)는...
정원(庭園)의 초목(草木) 옆에서 자라고...
문학(文學)이 죽고... 인생(人生)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愛憎)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木馬)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때는 고립(孤立)을 피하여 시들어 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作別)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작가의 눈을 바라다 보아야 한다...

……등대(燈臺)에……
불이 보이지 않아도
그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未來)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목마(木馬) 소리를 기억(記憶)하여야 한다...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그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意識)을 붙잡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두 개의 바위 틈을 지나 청춘(靑春)을 찾는 뱀과 같이...
눈을 뜨고 한 잔의 술을 마셔야 한다...

인생(人生)은 외롭지도 않고...
거저 낡은 잡지(雜誌)의 표지(表紙)처럼 통속(通俗)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목마는 하늘에 있고...
방울 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
가을 바람 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시냇물 같은 목소리로 낭송했던 가수 박인희의 '목마와 숙녀'를 옮겨 적던 소녀는 이제 중년의 '여류' 시인이 되었다.
'등대로(To the lighthouse)'를 쓴 버지니아 울프는 세계대전 한가운데서 주머니에 돌을 가득 넣고 템스강에 뛰어들었다.
'추행과 폭력이 없는 세상, 성 차별이 없는 세상에 대한 꿈을 간직하며'라는 유서를 남긴 채.
'목마와 숙녀'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페시미즘의 미래'라는 시어가 대변하듯
6·25전쟁 이후의 황폐한 삶에 대한 절망과 허무를 드러내고 있다.

수려한 외모로 명동 백작, 댄디 보이라 불렸던 박인환(1926~1956) 시인은 모더니즘과 조니 워커와 럭키 스트라이크를 좋아했다.
그는 이 시를 발표하고 5개월 후 세상을 떴다. 시인 이상을 추모하며 연일 계속했던 과음이 원인이었다.
이 시도 어쩐지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일필휘지로 쓴 듯하다. 목마를 타던 어린 소녀가 숙녀가 되고,
목마는 숙녀를 버리고 방울 소리만 남긴 채 사라져버리고, 소녀는 그 방울 소리를 추억하는 늙은 여류 작가가 되고….
냉혹하게 '가고 오는' 세월이고,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로 요약되는 서사다.

우리는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생명수를 달라며 요절했던 박인환의 생애와, 시냇물처럼 흘러가버린 박인희의 목소리와,
이미 죽은 그를 향해 "나는 인환을 가장 경멸한 사람의 한 사람이었다"고 쓸 수밖에 없었던 김수영의 애증을 이야기해야 한다.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그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인 것을, 우리의 시가 조금은 감상적이고 통속적인들 어떠랴.
목마든 문학이든 인생이든 사랑의 진리든, 그 모든 것들이 떠나든 죽든,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
바람에 쓰러지는 술병을 바라다보아야 하는 것이 우리 삶의 전모라면, 그렇게 외롭게 죽어 가는 것이 우리의 미래라면.

 조선일보 [애송시 100편-제15편] 목마와 숙녀



 
▲ 박인환(1926~1956)
1948년 자유신문사 문화부 기자, 1951년 육군 종군 작가단 종군 기자, 우리에게는 <목마와 숙녀>로 익히 알려진 시인.
시인 박인환은 1940년 <거리> 등을 발표한 이후 김기림, 오장환, 김광균, 김수영, 김병욱 등과
1945년 합동시집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을 발간하여 모더니즘의 기수로 각광받은 인물이다.


박인환의 ‘목마와 숙녀’는 해방과 더불어 성년을 맞은 뒤 곧바로 참혹한 전쟁을 겪은 한 조선 청년의 내면을 보여준다. 
이 시집을 뒤덮고 있는 죽음의 이미지는 시인이 살아낸 연대가 죽음의 연대였음을 증언한다.






세월이 가면

박인환 시, 박인희 노래



노래가 된 시 - 박인환 세월이가면, 명동백작 中




세월이 가면 - 박인희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표면적으로 전쟁을 상기시켜주는 말이 전혀 등장하지 않기 때문에
이 시는 흔히 전쟁과 무관한 소녀적 감상주의의 시라고 생각되곤 한다.
그러나 이 시의 바탕에는 전쟁의 상처와 상실감이 진하게 깔려 있는 시이다.

이 시가 전후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고 박인환으로 하여금 명동황제라는 별칭을 갖게 했던 이유도 거기에 있다.
전쟁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잃어버린 사랑과 되찾을 수 없는 과거를 생각케 하고 있음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이 시에 대하여 강계순은 평전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아! 박인환, 문학예술사, 1983. pp. 168-171)
 
1956년 이른 봄 저녁 경상도집에 모여 앉은 박인환, 이진섭, 송지영, 영화배우 나애심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술이 몇 차례 돌아가자 그들은 나애심에게 노래를 부르라고 졸랐지만 그녀는 좀체 부르지 않았다.
그 때 갑자기 박인환이 즉석에서 시를 쓰기 시작했다. 그 시를 넘겨다 보고 있던
이진섭도 그 즉석에서 작곡을 하고 나애심은 흥얼 흥얼 콧노래로 그 곡을 부르기 시작했다. 
 
이렇게, 깨어진 유리창과 목로주점과도 같은 초라한 술집에서 즉흥적으로 탄생한 것이
오늘까지 너무나도 유명하게 불려지고 있는 「세월이 가면」이다. 
한 두 시간 후 나애심과 송지영은 돌아가고 임만섭, 이봉구 등이 합석을 했다. 
테너 임만섭이 그 우렁찬 성량과 미성으로 이 노래를 정식으로 다듬어서 불러,
길 가는 행인들이 모두 이 술집 문 앞으로 모여드는 기상천외의 리사이틀이 열렸다.
 
마른 명태를 앞에다 놓고 대포잔을 기울이면서 아름다운 시를 쓰고 작곡을 하고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지켜보며 박수를 보내는 많은 행인들―. 그것은 마치 낭만적인 영화의 한 장면 같기도 했다.
 
박인환의 「세월이 가면」은 순식간에 명동에 퍼졌다.
그들은 이 노래를 명동 엘리지라고 불렀고 마치 명동의 골목마다 스며 있는 외로움과
회상을 상징하는 듯 이곳 저곳에서 이 노래는 불리어졌다. 
이 「세월이 가면」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애절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이 시를 쓰기 전날 박인환은 십년이 넘도록 방치해 두었던 그의 첫사랑의 애인이 묻혀 있는 망우리 묘지에 다녀왔다.....
그는 인생을 정리하고 있었던 것 같다. 사랑도, 시도, 생활도 차근 차근 정리하면서 그의 가슴에 남아 있는
먼 애인의 눈동자와 입술이 나뭇잎에 덮여서 흙이 된 그의 사랑을 마지막으로 돌아보았다.......

순결한 꿈으로 부풀었던 그의 청년기에 아름다운 무지개처럼 떠서 영원히 가슴에 남아있는 것,
어떤 고통으로도 퇴색되지 않고 잇던 젊은 날의 추억은 그가 막 세상을 하직하려고 했을 때
다시 한번 그 아름다운 빛깔로 그의 가슴을 채웠으리라.
 
그는 마지막으로, 영원히 마지막이 될 길을 가면서
이미 오래 전에 그의 곁에서 떠나간 연인의 무덤에 작별을 고하고 은밀히 얘기하고 싶었다....  



▲ 강원도 인제에 있는 박인환 시비. <세월이 가면>이 새겨져 있다.
1950년대 한국의 대표적인 모더니즘 시인으로 '세월이 가면', '목마와 숙녀' 등  불후의 명작을 남긴 선생의 위대한 문학적 혼을 기리기 위해
내린천과 인북천이 합류하여 합강(合江)이 흐른다고 하여 이름이 붙여진 인제 8경중 하나인 합강정 정자 아래 선생의 시비가 세워져
"세월이 가면" 시가 음각되어 있으며 강원도 인제읍 상동리 산촌민속박물관 터에 박인환 시인의 문학관이 설립 되었고
주변 일대가 박인환 거리로 꾸며져 지역문화 예술명소로 자리 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박인환과 막역했던 작가이자 <명동백작>을 쓴 이봉구는 
이 불후의 ‘명동 샹송’이 탄생하던 때를 “명동의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이라고 회상하곤 했는데, 
박인환의 부음이 전해지자 ‘세월이 가면’이 명동 거리를 채우며 울려 퍼졌다고 하니 
이는 문학이 한 시대와 만나던 시절의 따뜻한 풍경이다. 

가수 박인희가 부르는 노래를 들으며 나는 반세기를 넘어 1950년대, 폐허의 수도에 어지러웠던 데카당스를 생각한다. 
 
< 더 자세한 글은 '이풍진 세상에' >





박인희




가수 박인희를 '노래하는 시인'이라고 누군가는 이야기한다. 박인희 노래의 매력은 문학적 낭만이다.
인생과 사랑을 부드러운 목소리도 노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모닥불> <목마와 숙녀>는 시적 감성을 잘 드러내는 노래이며 낭송곡이다.
감정을 차분하게 절제한 그녀의 목소리는 서정시 같은 여성적 아름다움을 전해주고 있다.

1970년 숙명여대 불문과를 다니던 중 이필원 씨와 함께 혼성 듀엣 [뜨와에 므와](우리말로 '너와 나')를 결성해서
가요계에 데뷔 <약속> <세월이 가면> 등으로 절정의 인기를 누렸다.
1976년까지 여섯장의 앨범가 시낭송 음반을 발표했다. 박인희는 특히 박인환 시를 좋아 했던 것 같다.
<한 잔의 술을 마시고> <목마와 숙녀> <세월이 가면> 등의 시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지구의 끝에 있더라도], [소망의 강가로]라는 시집과 한 권의 수필집을 펴내는 등
문학작가로도 활발하게 활동했던 인물이며, 현재는 미국에서 한인방송국의 국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1971년 동아방송의 <3시의 다이알>로 시작한 DJ. 당시에는 아주 유명한 프로였다고 알려져 있다.
강원도 인제 사람으로 인제에서 원통으로 가는 길 합강정휴게소 근처에 <목마와 숙녀>를 새겨 넣은 그의 시비를 볼 수 있다.

출처 : 작가와 비평



끝이 없는 길




 
이필원의 감성어린 목소리와 박인희의 청아한 목소리는 솔로 음색으로도 훌륭하지만,
두 사람 모두 자신의 소리를 드러내지 않고 절제된 가운데 조화를 이루었기에 환상적인 하모니를 자아낼 수 있었고,
오랜 세월이 지나도 꾸준히 사랑을 받으며, 우리 가요사에서 가장 완성도 높은 하모니를 구사하는
최고의 듀엣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이러한 뚜아에무아를 두고 당시의 신문기사에 
"가장 음악성 깊고 깨끗한 인상의 듀엣"이라 명명한 것만 봐도 그들의 분위기를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




우리시대의 진정한 음유시인인 그들은, 음반을 발표하자마자 신선한 충격과 함께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고
<약속>, <썸머와인>, <스카브로의 추억> 등을 담은 1집에 이어 2집, 3집을 연이어 발표하였다.
뚜아에무아의 음반은 모두 명반으로 꼽히고 있으며, 중고 음반시장에서도 그들의 LP는 현재 30~50만원을 호가하며.
몇해 전 CD로 복각되어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 뚜아에무아 (이필원, 박인희)

추억 속의 스카브로우여, 나 언제나 돌아가리
내 사랑이 살고 있는 아름다운 나의 고향

Tell her to make me a cambric shirt,
Parsley, sage, rosemary and thyme,
Without no seam or needlework,
Then she'll be a true love of mine.
Tell her to find me an acre of land,
Parsley, sage, rosemary and thyme,
Between the saltwater and the sea strand,
Then she'll be a true love of mine.

추억 속의 스카브로우여, 나 언제나 찾아 가리
내 사랑이 기다리는 가고 싶은 나의 고향

추억 속의 스카브로우여, 나 언제나 돌아 가리
내 사랑이 살고 있는 아름다운 나의 고향
아름다운 나의 고향








'ETC'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현식 - 내 사랑 내 곁에  (0) 2012.03.26
목마른 소녀 - 정윤희  (0) 2012.03.26
티파니에서 아침을 中 오드리 햅번 - moon river  (0) 2011.10.18
Carving the Mountains  (0) 2011.08.11
요들송 ^^  (0) 2011.07.14